조리실 앞 200도의 하루, 급식 조리종사원이 감당하는 것들
한 사람이 100명이 넘는 학생의 밥을 책임지는 구조, 튀김솥 앞에서 피어오르는 조리흄, 그리고 뒤늦게 인정된 산업재해까지. 급식실 노동의 조건을 들여다봅니다.
점심시간에 식판을 들고 배식대 앞에 서면, 조리종사원들이 국자를 들고 능숙하게 음식을 담아주는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그 짧은 몇 초가 급식실 노동의 거의 전부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배식은 그날 업무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습니다. 조리종사원의 하루는 학생들이 등교하기도 전에 시작되고,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간 뒤에도 한참 동안 이어집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들어온 식재료를 확인하고 전처리하는 작업입니다. 수백 인분의 채소를 씻고 다듬고, 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하고, 국물을 낼 육수를 올립니다. 학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한 끼에 나가는 밥과 국의 양은 가정에서 쓰는 냄비 단위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국을 젓는 도구부터 조리 기구까지 모든 것이 크고 무겁고, 그만큼 몸에 실리는 부담도 큽니다.
한 사람이 몇 명의 밥을 책임지는가
급식실 노동 강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배치 기준'입니다. 조리종사원 한 명이 몇 명분의 식사를 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이 기준은 시도교육청마다 다르게 운영됩니다. 같은 규모의 학교라도 지역에 따라 배치되는 인원이 달라질 수 있고, 그만큼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업무량도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학교급식의 구조적 특성이 겹칩니다. 급식은 정해진 점심시간에 맞춰 모든 조리가 끝나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식당 영업처럼 손님이 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조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시각에 수백 인분이 동시에 완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조리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곧 그 시간 안에 모든 작업을 압축해서 끝내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노동 강도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배식이 끝난 뒤에도 일은 남습니다. 수백 개의 식판과 조리 기구를 세척하고, 조리실 바닥과 배수구를 청소하고, 다음 날 사용할 식재료를 정리합니다. 특히 세척 작업은 뜨거운 물과 세제를 다루는 데다 젖은 바닥에서 무거운 기구를 옮겨야 해서, 미끄러짐이나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간으로 꼽힙니다.
튀김솥 앞에서 피어오르는 것, 조리흄
급식실 노동 환경에서 최근 가장 크게 주목받은 문제는 '조리흄(cooking fume)'입니다. 조리흄은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와 가스 형태의 물질을 말합니다. 튀김, 볶음, 구이처럼 기름을 많이 쓰고 온도가 높은 조리법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며, 그 안에는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생선을 굽거나 튀김을 하면 연기가 나지만, 급식실은 상황이 다릅니다. 조리 규모가 훨씬 크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환기 설비가 충분하지 않은 조리실에서는 조리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머무르게 되고, 조리종사원은 그 공기를 하루 종일 들이마시게 됩니다.
이 문제는 2021년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종사원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면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유사 사례가 이어졌고, 교육 당국과 고용 당국은 급식실 환기 설비 개선, 조리종사원 대상 폐 검진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오래된 학교 건물의 환기 구조를 바꾸는 일은 예산과 공사 기간이 함께 필요한 문제여서, 개선 속도를 두고는 여전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뉴 하나가 노동이 되는 순간
학생 입장에서 반가운 메뉴가 급식실에는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튀김류입니다. 돈가스나 치킨류는 학생 선호도가 높지만, 수백 인분을 튀기려면 조리종사원이 오랜 시간 튀김솥 앞에 서 있어야 하고 그만큼 조리흄 노출도 늘어납니다. 만두, 탕수육처럼 개수를 세어 담아야 하는 메뉴도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영양(교)사가 식단을 짤 때는 학생 선호도만이 아니라 조리 난이도와 인력 상황까지 함께 고려합니다. 튀김 메뉴가 매일 나오지 않고 주 단위로 간격을 두고 배치되는 데에는, 영양 균형뿐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이유도 함께 작용합니다. 특정 메뉴가 '왜 자주 안 나오냐'는 질문의 답은, 종종 급식실의 인력과 설비에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급식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집니다. 식판을 반납할 때 잔반을 분리해 두는 것, 배식 줄에서 새치기하지 않는 것, 식기를 정해진 자리에 놓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이 급식실 마감 시간을 앞당기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보이지 않는 노동을 보이게 하기
학교급식은 흔히 '식단'과 '영양'의 문제로만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그 식단이 실제 음식이 되어 식판에 오르기까지는, 새벽부터 이어지는 사람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조리흄 문제와 배치 기준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급식의 질이 결국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는지와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받은 한 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 그리고 급식실 노동 환경 개선이 왜 필요한지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매일 밥을 지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지도 모릅니다.